메타버스 탑승객을 위한 안내서
 
Artist 김형기
Critic 김유진 최세희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은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플랫폼에서의 활발한 활동을 도모했을 뿐만 아니라, 아바타가 뛰노는 3차원 가상세계이자 21세기의 혁신을 불러온 메타버스(Metaverse)의 탄생을 가능케 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시·공간을 불문한 채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 없고, 가상을 실재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 이상의 애착과 편의성을 띤 일상의 공간으로서 인식하고 있다. 자신을 본떠 캐릭터화 한 아바타의 모습을 선망하면서, 가상의 자아 또한 온전한 나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가 이와 같은 현상을 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동시대 속 하나의 트렌드로 북상한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는 디지털 공간 속 특징적인 현상이다. 인간이 나라는 존재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고 형상화하는 행위를 ‘디지털 공간(Digital Space)’에서 펼치고 있는 것이다. 김형기 작가는 그런 행위에 주목하여 가상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모습이 모든 이의 일상에 스며들어 어느덧 당연한 시대의 모습이 되었음을 말한다. 또한 가상의 현상을 눈앞에 가져와 미디어 오브제에 담아내는 방식을 통하여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세계에서의 활동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물리적 세계와의 영향을 주고받으며 인간적인 삶을 지속해나가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대표작 <ArtiFace>는 이러한 메시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실제 인물의 모습을 3D Character로 재가공한 뒤 LED 소자를 붙여 제작됨으로써 실재보다는 아바타에 가까운, 아바타보다는 보다 자연스러운 얼굴을 형상화한다. 입체구조물의 커다란 눈이 떴다 감기를 반복하며 관객과 눈을 맞추기도, 그들을 따라가 시선을 옮기기도 하는 모습에서 생생함은 배가 된다. 실체와 가상 어느 것에도 치중하지 않은 채, 상호보완을 이룬 모습이다. 단채널 비디오 <Double Faces>는 두 사람의 얼굴이 중첩되고 변화하기를 반복하는 것을 통해 디지털 세계에 치우친 이미지가 내포한 혼동성과 이질감을 다룬다. 이미지가 변하는 상황을 즐기는 두 사람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듯, 가상 플랫폼은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일깨우며 흥미를 유발하게 한다. 하지만 단편적인 흥미에 사로잡혀 실체를 외면한다면, 현실은 척박해지고 인간의 삶은 미디어에 귀속되어 희미해져 버릴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우리가 가상공간에 극단적으로 의존했을 때의 부작용을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김형기 작가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오브제로 하여금, 3차원 가상세계와 맞닿아 살아가는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를 일러준다. 각자마다 균형적인 활동반경을 가짐으로써 두 공간의 조화로운 활동의 장을 구축할 수 있도록 말이다. 이는 메타버스가 도래한 현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안일한 태도가 낳을 예측 불가한 미래의 부작용을 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를 담아낸 작품과 마주함으로써, 우리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두 공간에서의 안정적인 정착이 필연적인 시점임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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